‘예술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 질문에 “경비원”이라고 대답한 작가의 시선은 참 따뜻하고도 묘하게 아프다.
소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제목 그대로, 세계적인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일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누구나 알만한 작가나 작품이 주인공이 아니다.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이름 없는 사람의 시선으로 써 내려간 고요한 이야기다.
🖼️ 예술과 삶의 경계에서
이 소설은 겉으로 보면 아주 단순한 구성이다. 주인공은 하루하루 야간 근무를 서며 미술관을 지킨다. 특별한 사건이 벌어지는 것도 아니고, 극적인 전환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삶의 결’이 담겨 있다.
관람객이 떠난 밤, 어둠 속에서 조명 아래 빛나는 그림들.
그 앞에 홀로 선 남자.
그가 느끼는 외로움, 그리고 위로.
작가는 그 순간을 굉장히 섬세하게 포착한다.
“나는 이들을 지키는 사람인가, 이들에게 지켜지는 사람인가”
이런 문장은 묘하게 긴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흔히 예술을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면, 이 소설은 ‘예술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말한다.
👤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기록
소설 속 주인공은 처음부터 끝까지 조용하다. 말도 많지 않고, 자기 감정을 잘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에는 누구보다 진한 감정의 결이 흐른다.
작가는 경비원의 시선을 빌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배경 인물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누군가의 눈에는 풍경처럼 스쳐지나가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세계를 지키는 존재라는 사실.
특히 인상적인 건, 주인공이 각 예술작품에 붙는 설명문보다 ‘작품이 품은 침묵’을 더 오래 들여다보려 한다는 점이다. 그는 화려한 기법이나 역사적 배경보다는, 작품과 마주한 자신의 기분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 감정의 결은 곧, 독자인 나의 마음에도 조용히 파문을 일으킨다.
🪞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사실상 경비원이라는 직업을 빌려,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은 무엇을 지키고 있는가"를 묻는 이야기다.
정해진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반복하며 사는 사람들.
그들이 예술과 아무 상관없어 보일지 몰라도, 이 소설은 말한다.
“당신의 삶도 하나의 예술입니다.”
그 진심은 크게 외치지 않지만, 조용한 문장 하나하나에 묻어난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오히려 말이 없어지고, 침묵하게 된다.
그 침묵이 바로 이 소설의 힘이다.
✍️ 짧은 총평
- 추천 독자: 조용한 이야기에서 위로를 얻고 싶은 분, 예술보다 사람에 관심이 많은 분,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분
- 문체: 담백하고 단정하지만 섬세함이 살아 있다
- 여운: 깊고 오래 간다. 퇴근길이나 밤에 읽으면 더 좋다
📌 한 줄 요약
“예술은 작가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을 지키는 당신의 삶도, 이미 하나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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