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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추천

『스토너』 –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빛나는 인생

by 팝코닝12 2025.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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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저 일했을 뿐이다. 그가 무엇을 위해 일했는지, 왜 일했는지는 아무도 묻지 않았다. 그의 삶은 평범했다. 하지만 그 평범함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책장을 덮고 한참 동안 가만히 있었다. 어떤 말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스토너』는 그런 책이었다. 격렬한 감동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드라마도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마치 오래된 빛바랜 사진 한 장이, 잊고 있던 내 어린 시절을 불현듯 떠올리게 만드는 것처럼.




“무언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

윌리엄 스토너. 1891년 미국 미주리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부모의 뜻에 따라 미주리 대학 농과대학에 진학했다가 문학과 라틴어의 매혹에 사로잡혀 인생의 방향을 바꾼 남자. 그는 대학 교수로 일생을 보냈고, 그 삶의 대부분은 책과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용히 흘러갔다.

스토너는 영웅이 아니다. 드라마틱한 사건을 만들어내지도 않는다. 그의 삶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누군가의 이야기, 혹은 미래의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는 사랑했고, 실패했고, 가르쳤고, 조용히 늙어갔다.




“왜 이렇게 가슴이 먹먹할까”

책의 줄거리를 말로 풀자면 어쩌면 ‘그저 그런’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 출신의 한 남자가, 우연히 문학을 사랑하게 되어 교수가 되고, 사랑 없는 결혼을 하고, 짧은 사랑을 경험하고, 직장 내 갈등에 시달리고, 결국은 병으로 생을 마감하는 이야기.

하지만 『스토너』는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한 작품이다. 존 윌리엄스는 이 소설을 통해 인생의 한 단면을 무심한 듯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정은 절제되어 있지만, 그 절제의 언어는 오히려 더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나는, 스토너가 대학에서 문학 수업을 듣다가 라틴어 시를 접하며 자신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장면에서 숨을 삼켰다. ‘이게 나의 길이구나’라는 확신을 얻는 그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순간을 얻지 못한 채 살아간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토너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했지만, 거의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얻지 못했다. 사랑, 인정, 평온, 자유. 그에게 돌아온 것은 고단한 삶과 외면, 침묵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성공'이나 '성취'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을 생각했다. 그것은 ‘충실함’이다. 스토너는 자기 삶에 충실했다. 외롭고 쓸쓸했지만, 그는 자신이 사랑한 것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가르치는 일, 책 읽기, 조용히 생각하기.




“침묵을 통해 들려오는 이야기”

『스토너』는 화려하지 않다. 사건도 적고, 인물도 소수이며, 대화는 짧다. 하지만 그래서 더 집중하게 된다. 침묵 사이로 흘러나오는 감정의 파편들. 주인공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아도, 그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독자는 모든 걸 느낄 수 있다.

스토너가 병상에 누워, 자신이 걸어온 길을 조용히 되짚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슬픔과 위로가 동시에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기억되지 못할지라도,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살았다는 그 단단한 확신. 그건 영웅의 대사보다 훨씬 더 큰 울림이었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 수 있다”

『스토너』는 어쩌면 당신의 아버지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혹은 몇 년 뒤의 당신 자신일 수도 있다.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삶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는 책.

다 읽고 나면 문득, 창밖의 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평소에 듣지 못했던 새소리가 귀를 울린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느려지고, 조금 더 깊어진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라질 존재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사랑했고, 어떻게 살아냈는지는 분명히 남는다. 『스토너』는 그 사실을 잊지 않도록 우리를 붙잡아주는, 아주 조용하고도 깊은 책이다.





📚 읽는 이에게 묻고 싶은 한 문장

“당신은 지금, 당신의 인생에 충실한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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