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가 아직 젊던 시절,
사막과 강을 품은 거대한 제국들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은 신의 나라, 이집트.
다른 한쪽은 전차와 강철의 제국, 히타이트.
이 둘 사이,
한때 강성했으나 쇠락한 미탄니라는 나라가 있었다.
아리아인의 후예들이 세운 미탄니는 두 제국 사이에서 마지막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히타이트가 미탄니를 침략해 삼켜버리면서,
역사는 격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 카데시를 향한 행군
국경을 맞댄 두 제국.
이집트는 히타이트의 확장에 위협을 느꼈고,
히타이트는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예정된 사건처럼 다가왔다.
기원전 1274년,
이집트의 파라오 람세스 2세는 대군을 이끌고
히타이트와 국경을 맞댄 요새 도시 카데시를 향해 북상한다.
히타이트의 왕 무와탈리스 2세는 기다리고 있었다.
수천 대의 전차와 함께.
🎯 제1회 월드시리즈, 카데시 전투
카데시 전투는
세계 최초의 문명 간 대전이자,
고대 세계의 첫 월드시리즈 같은 경기였다.
- 이집트: 고도로 체계화된 군대, 신성한 파라오
- 히타이트: 강력한 전차부대, 뛰어난 전술가
하지만──
승리는 쉽게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 전장의 진실
전투는 치열했다.
람세스 2세는 기습을 당했고,
패배 직전까지 몰리며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이집트의 기록에 따르면,
람세스는 신으로 변신해 적을 쓸어버렸다고 한다.
아부심벨 신전에는 그 신화적 순간이 웅장하게 새겨졌다.
하지만 현대의 눈으로 보면,
그 장면은 아마──
라운드 내내 얻어터지다가, 간신히 버티고 종을 울려 살아남은 복서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살아 돌아왔고,
체면은 구겼지만,
파라오의 위신은 무너지지 않았다.
어차피 SNS도 없는 시대였다.
📜 승패의 판정
전투의 결과는 애매했다.
- 이집트: 카데시를 탈환하지 못했다.
- 히타이트: 이집트를 격퇴했지만 결정적 승리는 얻지 못했다.
양국 모두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했지만,
현대 학자들은 히타이트의 판정승이라고 본다.
이집트는 "위대한 승리"를 노래했지만,
그것은 3천 년 동안 이어진 람세스 2세의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다.
20세기 초,
히타이트 기록이 발견되면서
그 '드라마'는 서서히 벗겨지기 시작했다.
🤝 전쟁이 끝나고 남은 것
무승부,
그리고 세계 최초의 평화조약.
람세스 2세와 히타이트는
- 상호불가침 조약
- 위기 시 상호 원군 파견
- 항구적 평화 유지
- 조약 위반 시 신의 저주까지 명시한 협정
을 체결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쟁을 넘어 평화를 문서로 남긴 사건이었다.

🏛️ 마무리
카데시 전투는
이집트와 히타이트라는 거대한 문명이 부딪힌 사건이었고,
또한 인류가 처음으로 '평화'라는 단어를 조약으로 새긴 순간이었다.
그날, 두 문명은 서로를 쓰러뜨리지 못했지만──
역사를 함께 다시 쓰기 시작했다.